연애에도 안전도 평가가 필요하다.

반복되는 데이트폭력과 교제살인을 막기 위해 연인 관계에서 느끼는 작은 이상 신호를 점검할 수 있는 간단한 테스트를 만들어 봤습니다.


시작하며

요즘 뉴스 보면 데이트폭력, 교제살인, 감정적 학대 같은 키워드가 너무나 익숙하게 스쳐 지나간다. 그럴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든다.

“이런 비극, 도대체 왜 계속 반복되는 걸까?”
“우리가 미리 감지할 수는 없었던 걸까?”

그 질문을 꽤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날, Fixground의 첫 작업으로 이 질문에 대한 작은 시도를 해보기로 했다. 바로 연인 관계에 점수를 매기는 간단한 테스트를 만들어보는 것이다.

왜 테스트인가?

사실 데이트폭력은 갑자기 난폭하게 돌변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경우 관계 초반부터 작고 은밀한 신호들이 축적된다고 설명한다.

  •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거나
  • 과도하게 집착하거나
  • 연락을 지나치게 강요하거나
  • 은근히 상대를 깎아내리는 말들을 반복하거나

하지만 이런 행위들은 잠깐 보였다 사라지거나 연인이라는 특수 관계로 인한 모호함 때문에 그냥 넘기는 경우가 많다.

한국여성의전화 조사 결과 통제 피해가 발생한 직후 무슨 생각이 들었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38.9%는 ‘폭력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고 답했다. 또 32.1%는 ‘나를 사랑한다고 느꼈다’고 말하기도 했다. 성적 폭력 피해 이후에는 ‘폭력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29.3%), ‘창피했다’(28.9%)고 말했다.

특히 관계가 깊어질수록 상대는 나의 루틴과 감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상함을 느껴도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뒤에는 반복과 고립, 강도가 높아지는 폭력, 더 늦기 전에 헤어나오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

‘혹시 지금 이 관계, 뭔가 이상한데?’라는 직감이 들 때마다 스스로 객관적인 시선으로 돌아볼 수 있는 도구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연애 안전도 테스트’는 그런 목적으로 시작된 자가 진단 도구이다.

그래서 만들었다

나는 이 테스트를 누구나 빠르게 해볼 수 있는 단순하고 가벼운 구조로 만들었다. 딱히 회원가입도 없고 이름을 묻지도 않는다. 그냥 들어와서 슬라이드 형식으로 문항을 쓱쓱 넘기면 바로 점수가 나온다.

하지만 이 테스트 문항들이 단순히 재미로 만들어진 건 아니다. 위험 신호의 강도에 따라 문항별 가중치를 다르게 설정했고,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킬러 문항에는 고정 점수를 부여해 전체 점수에 큰 영향을 주도록 했다. 단순히 "예/아니오"로 끝나는 체크리스트가 아니라, 점수를 제공함으로서 상대적인 위험도까지 보여주는 테스트가 되기를 바랐다. 자세한 점수산정방식은 README 페이지에 정리해 두었다.

기술적으로는 간단하게 만들었다.

  • GitHub Pages 기반의 정적 페이지
  • 한국어/영어 다국어 지원
  • 모바일에서도 편하게 볼 수 있는 슬라이드형 UI

이 테스트는 단순하지만 누군가의 경계선에서 울리는 알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바라는 점

이 테스트는 완벽하지 않다. 모든 상황을 설명할 수도, 모든 관계를 정의할 수도 없다. 하지만 우리는 누군가가 이걸 통해 작은 확신 하나쯤은 얻을 수 있기를 바랐다.

“내가 예민한 게 아니라 진짜 이상했던 거구나”
“이게 원래 연애의 일부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네”

그렇게 스스로를 더는 의심하지 않았으면 한다. 누군가에게 설명하거나 증명하지 않아도 스스로 확인해볼 수 있었으면 한다.

그리고 이 사회에 더는 억울하게 떠나는 사람이 없기를 바란다. 작은 이상함이 큰 비극이 되기 전에, 이 테스트가 누군가의 관계를 멈추게 할 수 있는 하나의 체크포인트가 되기를 바란다.

직접 해보고 싶다면: 연애 안전도 자가진단 테스트 바로가기


연애에도 안전도 평가가 필요하다.
https://dev-bearabbit.github.io/ko/FixGround/fixground-0/
Author
Jess
Posted on
2025년 6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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